햇살 아래 마주 선 두 사람. 서툰 말, 닿을 듯한 손끝. 조심스럽게 자라나는 감정 속에서 성아는 마음을 건넨다. "우리, 촉촉하게 살자.“ 그 말에 미소 짓던 견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신경 쓰고, 낯설게 설레고, 어쩌다 자꾸 그녀를 보게 된다. 정전으로 불 꺼진 공원, 깜깜한 어둠 속에서 성아는 조심스레 그의 손 위에 손을 포갠다. 그 따뜻한 온기에 견우의 굳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순간 두 사람만의 온도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웃는 얼굴 뒤 성아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견우가 가장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 진실의 한가운데— 잊고 지냈던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그림자가 있었다. 혼란 속에서 성아를 향한 마음은 조금씩 비틀리고, 믿고 싶었던 모든 순간이 희미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