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아버지가 의사신데, 어떻게 그 지경까지 갈 수 있어요?아버지, 의사잖아요?" 아버지의 참담한 얼굴이었다. 연수는 아버지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연수는 며칠 휴가를 더 내고 집안일을 거들며 엄마를 오래오래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안 뒤로는 정수도 가급적 외출을 삼간 채 집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 한낮이면 할머니가 으레 소파에서 고양이처름 웅크려 낮잠을 자고, 엄마는 그 옆에 우두커니 앉아 연수가 집안일 거드는 걸 대견한 듯 바라보았다. 그럴 때 정수는 주방 식탁이나 거실 창가쯤에서 애처로운 눈길로 엄마를 훔쳐보곤 했다. 엄마는 기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식구들 앞에서 표 나게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느슨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연수는 엄마의 잔소리조차 듣기 좋았다. 생기 있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연수는 엄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을 눈에, 가슴에 차곡차곡 담기라도 하듯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Name | Type | Rol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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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Hee-Kyung | Wri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