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칠성시장에 있는 중고 가전 거리에서는 낡은 세탁기, 고물 선풍기가 새로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단장을 한다. 대구 곳곳에서 중고제품을 팔던 상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거리가 형성된 것은 30여 년 전. 지금은 250여 개의 중고 가전제품 업체들이 큰길과 골목들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최근에는 폐업한 식당이나 업종 변경으로 쓸모없어져 들어온 대형 주방기구들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많아졌다. 망가진 중고품들을 고치고 수리하는 박춘우 씨와 더러운 부분까지 꼼꼼히 살피고 닦아내는 김향옥 씨는 20년째 이 골목에서 가전제품을 파는 소문난 잉꼬부부다. 부부가 아침부터 밤까지 붙어 있다 보면 싸울 일도 많을 법한데 오히려 사이가 돈독하다. 서로 맡아 하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중고품들은 곱게 키운 자식 같다. 열심히 수리한 제품이 팔릴 때면 딸자식을 시집보내는 기분이 든다고 이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