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땅끝 최남단의 달마산은 ‘사람’을 품고 있다. 천년고찰 미황사를 비롯해 옛 12개 암자를 잇는 순례길인 달마고도는 각자를 다른 형상으로 품는다. 누군가 알아보는 이 있을지니 산꼭대기로부터 쏟아져 흘러내린 바위를 그대로 남겨둔 것도,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절집’의 무심함도,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된다. 그 사람들이 모여 다시 달마산을 이룬다. 산사(⼭寺)는 필연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을 품고 있음에 틀림없다. 감실(龕室) 안 부처가 땅끝으로 간 까닭을 미황사에서 만난 사람들의 72시간을 통해 엿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