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서 시작되는 굴목재의 초입 부분에는 아름드리 편백 숲이 있다. 곧고 힘차게 뻗은 편백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따사로운 햇살이 틈을 비집고 쏟아진다. 비 오는 날에는 운무가 껴서 몸을 에워싸는데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노년에 이르러 수술을 받은 환자도, 아픈 부모님을 간호하는 중년의 자식도 모두 잠시나마 삶의 무게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