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삶을 혼자 짊어지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이시대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암컷이 고생해서 사냥을 해오면 수컷을 잠만 자고 빈둥거리다 낼름 뺏어먹는 ‘아주 얄미운 존재(?)’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컷 사자의 이미지다. 그러나 좀 더 유심히 관찰해보면 수컷사자도 무리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한다. 수컷 사자의 가장 큰 역할은 무리를 외부의 위협, 즉 하이에나나 다른 무리에서 이탈한 수컷으로 부터 자신의 암컷과 새끼를 지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침입자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람 아빠들 또한 비록 겉으로 보기에 주말이면 소파에 누워 잠만 자는 것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가족의 안전과 생계를 위해 땀 흘리는 아빠들이 많다. 특히 성격 까칠한 사춘기 딸을 끔찍이도 아끼는 아빠의 사연을 재연으로 보여주면서 유사한 아빠들 사례를 묶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늑대 무리 우두머리는 무리를 리드하고 먹잇감이나 천적이 나타났을 때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면 되는지 전략을 짠다. 그리고 무리 구성원들은 그런 우두머리를 믿고 잘 따른다. 어쩌다 우두머리에게 덤비는 늑대가 생기면 오히려 아래서열 늑대가 먼저 나서서 저지한다. 여우는 특히 한번 서로 짝이 맺어지면 암수의 금실이 아주 좋기로 유명하다. 사람 아빠도 늑대처럼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중받고 아내로부터 사랑도 듬뿍 받고 싶지만 그냥 희망사항으로 가슴 안에 억누르고 사는 아빠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나도 늑대처럼 살고 싶지만 직장에서는 비굴하게 상사 눈치보고, 집에 오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이 시대 고독한 아빠들에 대한 이야기다.
3부는 일본 원숭이아빠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먹는 것 앞에선 암컷이고 새끼고 양보가 없는 난폭한 욕심쟁이다. 다들 으뜸수컷을 무서워하고 가까이 가길 꺼려한다. 우리나라를 오랜 세월 관통해온 가부장적인 아버지상과 이미지가 겹쳐진다. 대부분 아직도 아버지는 가까이 접근하기엔 많이 두려운 존재다. 자신도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싫어했음에도 어느새 자기 또한 그런 아버지가 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도 사실은 가족과 어떻게 관계맺음을 해야 할지 서툴러 먼저 벽을 치는 아빠들이 많다. 겉으론 엄하게 보이지만 속정은 깊은 우리네 보통 아버지들처럼, 무리 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보인 원숭이 아빠도 말썽꾼 원숭이가 무리의 암컷과 새끼를 괴롭히면 나서서 응징하고 새끼와 암컷의 털도 골라주는 자상한 모습을 품고 있다